예린이의 오늘 일기
초등학교 1학년, 작은 시작의 하루
오늘은 예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맞이한 아주 평범하지만, 나중에 꼭 기억하고 싶을 것 같은 하루였다. 아직은 책가방이 몸보다 커 보이고, 교실 책상에 앉으면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 예린이지만, 오늘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분명 어제보다 한 뼘은 더 자라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예린이는 먼저 달력을 보았다. 엄마가 붙여준 별 스티커가 하나 더 늘어 있었다. 어제 숙제를 잘해서 받은 보상이었다. 그 별 하나가 그렇게 기뻤는지, 예린이는 세수를 하면서도 콧노래를 불렀다. 학교에 가는 길, 가로수 아래에서 떨어진 작은 은행잎을 주워 책 사이에 끼워 넣으며 말했다. “이건 오늘을 기억하는 표시야.” 그 말에 엄마는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왠지 울컥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첫 번째로 있었던 일은 국어 시간이었다. 오늘은 짧은 글을 읽고, 그 느낌을 한 문장으로 써보는 활동이 있었다. 예린이는 천천히 글을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넘기지 않고 손을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선생님이 설명해 주자 예린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책에 또박또박 적었다. 문장은 길지 않았지만,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오늘 책 속 주인공이 혼자가 아니라서 좋았다.” 선생님은 예린이 글 옆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려 주셨다. 그 동그라미 하나가 예린이의 마음을 하루 종일 따뜻하게 했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와 작은 다툼이 있었다. 블록 놀이를 하다가 색깔 때문에 의견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순간 예린이는 화가 났지만, 울지 않았다. 대신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럼 반으로 나눠서 같이 만들자.” 친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함께 작은 병원을 만들었고, 인형들을 환자로 눕혔다. 예린이는 그때 의사 역할을 맡았다. 인형의 팔을 살펴보며 “여긴 괜찮고, 여기는 조금 아파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꽤 진지했다. 그 장면을 멀리서 본 선생님은 조용히 웃었다.
점심시간에는 급식이 나왔다. 예린이는 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싫어하는 채소도 한입은 꼭 먹기로 스스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브로콜리가 나왔는데, 예린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씹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해보니까 괜찮네.” 예린이는 그 말을 마음속에 적어 두었다. 나중에 어려운 공부를 만났을 때도, 오늘의 브로콜리처럼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었다.
오후 수업은 수학 시간이었다. 덧셈 문제를 푸는 시간이었는데, 예린이는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 한 문제를 틀렸지만, 지우개로 급하게 지우지 않았다. 왜 틀렸는지 다시 읽고, 천천히 다시 계산했다. 정답을 맞혔을 때의 기쁨은 처음부터 맞혔을 때보다 더 컸다. 예린이는 깨달았다. 실수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배우는 길이라는 것을.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예린이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즐거웠던 국어 시간, 친구와 함께 만든 병원 놀이, 그리고 스스로 해낸 작은 용기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일기장을 펼쳤다. 아직 글씨는 삐뚤빼뚤했지만, 마음만은 진지했다. “오늘 나는 울지 않고 말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친구랑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예린이는 그 문장을 쓰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 예린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나중에 사람 아픈 거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 엄마는 이유를 물었다. 예린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오늘 인형들이 아파했는데, 내가 만져주니까 괜찮아졌어. 진짜 사람도 그렇게 웃게 해주고 싶어.” 그 말은 아직 어린아이의 꿈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오늘의 교훈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울지 않고 말로 이야기하는 용기, 틀려도 다시 생각하는 태도, 싫어도 한 번은 도전해 보는 마음.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예린이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오늘의 예린이는 온몸으로 배웠다.
이 작은 일기 한 장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예린이가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전공 서적을 펼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의 피부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날도 올 것이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오늘, 별 스티커 하나와 브로콜리 한입, 그리고 울지 않고 건넨 한마디였다. 오늘의 예린이는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길을 한 걸음 걸어갔다.
